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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베트남 자유여행

[베트남] 나홀로 베트남 여행 4

호치민에서 3일을 보낸 후, 하노이로 향했다. 혼자 가는 첫 여행이라 그런지 일정을 잘못 짜서 하노이에서는 단 2일 밖에 보낼 수 없었다. 그나마 하루는 가는 날이어서 실질적으로 관광을 할 수 있는 날은 단 하루였다. 할 수 없이 하롱베이를 포기하고 하노이 도심 지역만 둘러보기로 했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정치적인 수도지만 도시의 발달 정도는 호치민에 미치지 못했다. 대신 보다 더 베트남적인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노이 구시가지 쪽에는 은 세공품, 옷감 등으로 유명한 골목들이 있는데, 둘러 보는 것이 재미있기는 하였지만 따로 살만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렇게 어깨에 짐을 이고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는데,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하노이에서 제일 처음 간 곳은 호안끼엠 호수였다. 호수 위에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은 응옥손인데 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가면 옥산 사당이 있다. 빨간 다리와 넓은 호수 위의 섬이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정문에서 좌청룡 우백호가 반갑게 사람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사당 내부로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가격이 30,000(한화 1500원 가량)으로 매우 저렴했다. 베트남 관광지 입장권들은 전반적으로 다 저렴해서 어디든지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사당 안에는 신이 모셔져 있었는데, 옆에 있는 적토마와 신의 얼굴 생김새를 보아하니 삼국지의 관우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 같았다. 옆에 있는 베트남 사람들이 돈을 내고 소원을 빌길래, 나도 바나나에 돈을 꼽고 소원을 빌었다.



관우 동상 옆에 있는 적토마의 위엄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그 아래에서 고양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주 심쿵하는 모습이었다. 고양이들이 도망가기 바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베트남의 고양이들은 어디에 있든 마음 편한 모습이었다. 이를 보며 우리나라도 동물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원을 둘러보고 나와서 호수 주변을 느긋하게 걸었는데 조경이 정말 예쁘게 잘 되어있었다. 나는 비록 혼자 갔지만 연인과 함께 걸으면 더 좋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려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한 노상 카페가 눈에 띄었다. 노상 카페였지만 카페 인테리어도 괜찮고 개인적으로 길가보다는 실내를 좋아해서 안쪽 자리에 앉았다.

 

뭐가 뭔지 잘 몰라서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자리에서 내려먹는 원두 커피를 내주었다. 얼음물과 옆에 내리는 컵을 같이 주었는데, 촌놈이라 어떻게 마셔야 되는지 몰라서 틀을 잘못 빼다가 커피를 흘려버렸다. 또 커피를 조금씩 물에 타 마셔야 하는데 물을 그냥 마셔버리는 바람에 다시 주문해야겠다. 우여곡절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커피가 유명한 베트남답게 커피 향이 매우 향긋하고 좋았다.


커피를 마시고 맛집 검색에서 나온 ‘Quan An Ngon’으로 향했다. ‘Quan An Ngon’은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하노이 맛집으로 현지인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앞을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혼자 간 덕분에 다른 사람들 테이블에 합석 할 수 있어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는데,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Quan An Ngon’에서 제일 유명한 요리는 베트남 부침개인 ‘Banh Xeo’이다. Banh Xeo를 하나 시키고 맥주와 돼지고기 꼬치를 하나 시켰다.


Banh Xeo는 계란을 얇게 부친 것과 함께 숙주 등 나물 볶은 것을 함께 먹는 요리였는데 한국의 녹두전과 비슷한 맛이 났다.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Banh Xeo’만 먹기 아쉬워서 비주얼을 보고 돼지고기 꼬치를 하나 시켰다. 단순히 고기가 먹고 싶어서 시킨 것이었는데, 그 맛은 단순하지 않았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하나 더 시켜먹었다. 베트남 요리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프랑스 식민지 하의 영향 때문인지 풍부한 식재료 덕분인지 정말 맛이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관광을 빼고 먹으러만으로도 갈 수 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감동스러운 점심식사를 뒤로하고 하노이 문묘로 향하였다. 하노이 문묘(Temple of Literature)는 공자를 모시기 위해 설립된 건물로 베트남 최초의 대학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유교의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부는 유교사원답게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정원수를 가지고 인의덕지신재를 써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인의예지로 유교를 정리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대신에 덕, , 재가 있었다.

 

내부에는 호수가 있었는데, 관리인 같이 생긴 사람이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말리는 사람이 없어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내부에는 수십 개의 비석들이 있었는데 모두 거북이 모양 동상 위에 있었다. 이 거북이 얼굴 생김새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건물 내부에는 주작상과 공자, 그리고 다른 대왕들의 사당이 있었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문묘를 간단히 둘러보고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광장으로 가달라고 했다. 호치민과 비슷한 광장이었지만 느낌이 좀 달랐다. 더 공원 같은 분위기라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었다. 공원 같은 분위기가 좋기는 하였지만 딱히 볼 것은 없어서 근처에 있는 탕롱 성채로 향하였다.


탕롱 성채는 7세기 요새가 남아있던 유적지였는데 11세기에 베트남 리 비엣 왕조가 하노이 홍강 삼각주를 개간한 땅에 건축된 성채이다. 13세기 동안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이 지역의 정치적 중심지 역할을 하였는데 덕분에 홍강 계곡 하류의 독특한 동남아시아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유적지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는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있다고 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교적 최근(몇 십 년 전)에 사용 되었던 지하 참호도 볼 수 있는데, 근처에 사람들이 없어 들어가기 좀 꺼려졌지만 뛰어서 구경해보았다. 문이 두꺼운 것을 보니 미국과 전쟁 당시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급하게 둘러보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하지만 하노이 여행의 핵심은 하롱베이 및 근처 다른 지역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언젠가 하노이를 다시 방문하여 꼭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