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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베트남 자유여행

[베트남] 나홀로 베트남 여행 3

호치민에서 마지막 날, 여행 책자나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곳 말고 무작정 도시 안을 걸어보기로 결정하였다. 호치민에 왔을 때부터 신경 쓰이던 큰 건물이 하나 있다. 특이하게 생겼는데 위를 보니 전망대가 있어서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도 남겠다 일단 무작정 그 건물로 향했다. 지도는 딱히 필요 없었다. 그냥 제일 높은 건물을 찾아서 무작정 걸었다.


길을 헤매서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였지만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 안을 보니 위층은 사무실, 아래층은 백화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위로는 못 올라가는 건가 실망하고 있는 찰나에 전망대로 이어지는 Skydeck 표지판을 보고 거기로 향하였다.



표를 사고 나서야 건물의 이름(BITEXCO FINANCIAL TOWER)을 알 수 있었다. 티켓을 사야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데, 티켓 가격이 20만동(한화 약 1만원)으로 웬만한 밥값보다도 훨씬 비쌌다. 그래도 안 가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한번 가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티켓을 사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는 호치민 전체가 다 보였다. 이 건물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날이 흐려서 멀리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안 오면 후회할만한 경관을 보여주었다.


전망대에서 호치민을 보니 베트남이 아직 잠재력을 많이 가진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은 베트남 경제 수도임에도 아직 강 건너편에는 녹지공간(향후 개발 가능한 공간)이 많이 남아있고 고층 건물도 많지 않기 때문에 향후 도시 발전 과정에서 건설 관련 수요가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 회사들이 국내 건설 시장 공급과잉과 유가 급락으로 인한 중동 발 손실로 인하여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가까운 베트남에 지금보다 더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마침 건설경제를 보니,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탄력이 붙었다는 기사가 있는데 향후 우리나라 건설 회사들이 돌파구를 베트남에서 찾아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몇 년 뒤에 다시 왔을 때, 한국 기업들이 지은 인프라로 달라진 호치민을 기대해본다.


전망대를 구경하고 또 무작정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민위원회 청사 앞에 있는 호치민 광장으로 왔다. 따로 찾아서 온 것이 아닌데도 이렇게 관광지를 만나는 것을 보니, 이번 여행은 운이 좀 따르는 것 같다. 사진에 있는 동상은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의 동상이다.

 

광장이라는 공간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탁 트여서 평소에는 야외 나들이 공간이 될 뿐 아니라 유사시에는 시민들이 모이는 공론의 장도 될 수 있지 않는가?

김욱동의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을 보면, 광장은 개인들 간의 정신적 교류와 의사소통이 이루어 지는 공간이며 집단 윤리가 지배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공산주의 정권은 광장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계급 없는 이상주의 사회를 추구하는 것과 모든 재산과 생산 수단을 국가가 장악하고 계획 경제주의를 원칙으로 삼는 다는 것에서 광장적 요소를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도시의 핵심인 광장에 서보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돌아본 두 공간이었는데 그 성격이 극과 극이었다. ‘BITEXCO FINANCIAL TOWER’가 자본주의 색채가 강한 공간인데 반하여, 호치민 광장은 공산주의 색채가 강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날에 호치민의 두 가지 매력을 모두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