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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작은 공유

한국은행의 언론 플레이 - RP 매입이 양적완화라구요?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 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한은은 그리고 이와 같은 조치를 미국의 양적완화(QE)와 유사한 것이라고 코멘트 했습니다 (물론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직접적으로 이건 양적완화에요!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자가 양적완화 아닌가요? 하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게 아니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yna.co.kr/view/AKR20200326048454002

 

한은, 사상 첫 무제한 유동성 공급…'한국판 양적완화'(종합2보) | 연합뉴스

한은, 사상 첫 무제한 유동성 공급…'한국판 양적완화'(종합2보), 이지헌기자, 경제뉴스 (송고시간 2020-03-26 12:18)

www.yna.co.kr

 

그렇다면 RP 매입은 양적완화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RP 매입은 양적완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RP 매입이란?

환매조건부채권(RP)는 Repurchase Agreement를 줄인 말이며 레포 (Repo)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RP 매입'은 채권의 종류가 아닌 채권 거래 방식을 말하는데, 이름에 들어있는 Repurchas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 다시 되사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거래방식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정 기간 동안만 시장에 돈을 푸는 방식인 것이죠.

 

양적완화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양적완화(QE)란 무엇일까요? 양적완화는 통화정책 중하나인데, 중앙은행장기 국채나 MBS 등을 매입하여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을 의미합니다. 완전히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국채를 매도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영구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보통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하여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통화 정책입니다. 

 

RP 같은 경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맞지만, 재매입 때 롤오버가 되지 않으면 유동성은 다시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보다는 명백히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제한 매입이라고 발표해서 통 큰 정책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RP 매입은 응찰하는 수요가 있어야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만약 응찰하는 측이 없다면 시장에 공급하는 유동성은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왜 더 강한 정책인 양적완화를 하지 못하고, RP 매입 발표만 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표현을 쓴 것일까요? 경제 상황만 봐서는 양적완화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금리 때문에 한국은행이 진짜 양적완화는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국공채를 매입할 경우, 장기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채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니 시중 금리는 하락하게 되겠죠. 한국은행은 금리 하락에 매우 민감한데, 이유는 부동산 가격과 원화 가치에 있습니다. 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대출 수요가 늘게 될텐데 이 때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가면, 이미 높은 부동산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리가 인하되면 환율이 약세로 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 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은행만 아무런 조치를 못 내고 있었던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요. 

이번에 RP 매입을 발표하면서 언론을 통해 한국형 양적완화라고 말한 것은 한국은행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 비판에 면피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정책보다 진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