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책 전반을 보면 1~3장은 원유 시장의 역사에 대해서 잘 서술하고 있어서 원유 시장에 입문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하지만 4장부터는 작가 분의 사견이 많아지고, 원유 관련 내용보다는 국제 정치 내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굳이 안 읽어도 됩니다. 1~3장까지만 빠르게 스키밍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전체적인 책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려고 합니다. 책 전반에 걸쳐 1940년대부터 시작되는 원유 시장의 역사를 보여주는만큼 현재 상황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그 기반에는 무엇이있는지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석유가 세계 역사에서 중요해지는 과정
[1940년대]
당시 중동의 원유 생산량은 전세계 산유량의 5~10%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이 때는 원유보다 석탄이 주된 동력원이었기 때문에 원유 수요가 많지 않았습니다. 1940년대 세계 최대 산유국은 미국이었는데, 때문에 미국은 석유를 자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동에는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 때 중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국 내 석유가 없었던 영국이었습니다.
미국이 세계 2차 대전에 참여하면서 원유 수요가 많아지고 미국 내 새로운 유전을 발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면서 미국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셰일오일은 기술적으로 시추하기 힘들어서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영국은 세계 대전 승리를 위해 미국이 필요했지만, 중동 내 기득권을 빼앗기기는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페르시아(이란) 석유는 영국이 갖고, 이라크 / 쿠웨이트 석유는 공유하며, 사우디 석유는 미국이 갖는다”라는 제안을 합니다. 1944년 이를 기반으로 영미석유협약을 맺게 되고 미국은 이 때 사우디에 “아람코”를 세웁니다. 당시에는 100% 미국 회사였으며, 아람코라는 이름 자체도 Arabian American Oil Co.의 약자였습니다. 이 때부터 사우디 아라비아 왕가와 미국 간의 동맹이 시작되었습니다.
* 미국은 자국 내 산유량이 충분할 때는 중동에 무관심하고, 부족하거나 유가 수준에 조정이 필요할 때는 중동에 갑자기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산유량 위협 받아서 이라크를 침공한 사례에서 볼 수 있으며, 셰일 혁명 이후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1944년 영미석유협약으로 이란의 석유는 영국이 가지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1951년 민족주의 성향의 무함마드 모사데크가 영국 소유의 앵글로-이란 석유회사 국유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1951년 4월 총리로 선출됩니다. 친영 정권이었던 팔레비 왕조는 이때 2선으로 물러납니다. 영국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페르시아만에 해군을 파견하고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합니다. 원유의 경우 수요처 확보도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수입금지 조치로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1950년 65만 b/d에서 1953년 2만 b/d로 급감합니다.
영국과 미국은 모사데크를 몰아내기 위해 아작스 작전을 펼칩니다. 이란 군중에게 돈을 풀고 군부를 매수해서 쿠데타를 일으키게 합니다. 이를 통해 친영,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정이 복귀하게 되고 1978년까지 친미서구화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지금 이란의 반미 정서는 이때 강하게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친미서구화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란에서는 1978년 이란 혁명이 발생하여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집권하게 됩니다.
1950년대에는 기존 유럽 국가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들이 중동 국가들로 많이 넘어가는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이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이지만 당시에는 유럽 쪽으로 길이 나있는 수에즈 운하가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였습니다. 1875년 이집트 이스마일 파샤가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수에즈 운하 지분을 매각하였고 영국이 이때 지분 44%를 취득하여 프랑스와 수에즈 운하를 공동 소유하게 됩니다. 1952년 이집트 가말 압델 나세르가 쿠데타를 통해 이집트 정권을 잡습니다. 나세르는 부족한 자금 채우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해버립니다. 여기에 반발한 영국과 프랑스는 군사대응을 하는데, 미국이 군사 대응에 반대해버립니다. 여기에 더해 소련도 핵 공격 협박까지 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군사대응에 반대합니다.
나세르는 수에즈 운하에 콘크리트를 실은 선박을 침몰 시켜서 중동 원유가 유럽으로 못가게 막습니다. 이 때문에 수개월 동안 중동 석유가 유럽으로 못 들어가게 됩니다. 당시 유럽 석유 비축량은 몇 주치 밖에 없어서 유럽은 미국의 석유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적극 활용하여 군사 대응을 멈추지 않으면 원유 공급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에 결국 굴복하고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은 완전히 이집트로 넘어갑니다.
수에즈 운하 사건을 기점으로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게 되고, 원유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재화로 자리잡는 계기가 됩니다. 번외로 수에즈 위기는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프랑스 혼자서는 소련의 위협에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963년 독불 화해 협력 조약을 체결하는데, 이는 EU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독일과 프랑스가 EU의 중심 국가입니다.
이후 내용은 (2)편에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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