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년 이전/베트남 자유여행

[베트남] 나홀로 베트남 여행 1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 여행싱가포르 교환학생 온 김에 주변 국가들을 탐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홀로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샀다. 스카이스캐너 등 싸게 비행기표를 살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어 파즈(www.airpaz.com)가 제일 편했던 것 같다. 가격 대도 나쁘지 않고 저가 항공사와 그냥 매칭 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내에서 결제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이 많아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 훨씬 싸게 갈 수 있었다호텔은 호텔스닷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서 결제하니 10% 할인도 해줘서 싸게싸게 갈 수 있었다.

베트남 여행 Tip

  1. 공항에 도착했을 때, 호텔로 가기위해 보통 택시를 많이 탄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아무 택시나 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미터기를 조작한 짝퉁 택시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나선(Vinasun) 택시나 마일린(Mailinh) 택시를 타야한다.

  2. 베트남 공항에 있는 통신사에서 유심칩을 구입하면 저렴하게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1주일 가량 데이터를 무한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3일 이상 여행을 가는 경우, 로밍을 하기보다 베트남 유심칩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3. 베트남 돈 단위는 매우 크다. 한국 돈 단위 X 20 정도를 하면 되는데, 현지인들은 보통 돈 단위를 말할 때 뒤에있는 0 중 3개를 빼고 말한다. 예를 들어 100,000동의 경우 100이라고 말한다.


베트남에서 관광객들을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저 오토바이 떼들이 아닌가 싶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오토바이들이 많다. 나이 어린 친구들도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오토바이가 없는 남자는 연애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다보니 횡단보도 시스템도 있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다니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거의 유명무실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서 사방에서 달려드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한참동안 길을 못건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따라 조심스레 무단횡단을 하다보니 어느새 베트남 주민들만큼 길을 잘 건널 수 있었다. 무단횡단이 위험할꺼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베트남에서의 무단횡단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오토바이들은 천천히 다녀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알아서 잘 피해가기 때문에 그냥 깡있게 걸어가면 된다괜히 겁에 질려 뛰어가면 속도 계산을 잘못한 오토바이에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그냥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낫다고 한다.


통일궁

베트남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가장 먼저 간 관광지는 호텔 바로 옆에 있던 통일궁이었다. 입장료는 15,000동(한화 약 750원)으로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가격이었다. 통일궁은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었을 때, 월남의 초대 대통령인 오딘지엠이 사용한 대통령궁이었다. 당시에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축하하며 독립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1962년 월맹 공군의 폭탄 투하로 파괴된 뒤, 1966년까지 새로 개축해 이듬해부터 1975년 4월 월남이 패망할 때까지 다시 대통령궁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월맹과 월남이 통일된 것을 기념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볼 것들이 많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군이 대통령궁을 진입할 때 사용했던 탱크 2대가 건물 옆쪽으로 전시되어 있고, 건물 옥상에는 군용 헬리콥터가 전시되어있다. 건물 내부는 대통령 집무실, 접대실 등 우아하게 인테리어 된 방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다. 그냥 왔으니 가본다 정도?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들은 통일궁은 그냥 옆에서 지나가며 보는 것으로 마무리해도 무방할 듯 하다.


전쟁박물관

통일궁은 기대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없어서 금방 나온 후, 근처에 있는 전쟁박물관으로 향했다. 전쟁박물관은 베트남 전쟁 당시의 여러 자료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통일궁보다 훨씬 감명 깊은 공간이었고, 호치민을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호치민의 전쟁박물관은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풍경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폭격 후 길거리에 나뒹구는 시체 사진들부터 시작하여 미군에게 사로잡힌 포로들이 어떻게 고문 당했는지, 미군이 뿌린 고엽제로 인하여 태어난 기형아들의 사진까지......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숙연한 느낌이 들어 내부 사진들은 찍지 못하였다. 베트남전에 적국으로 참여했던 한국의 국민이 전쟁박물관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것을 베트남인들이 보면 일본인이 서대문 형무소 와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물 외부에는 전쟁 당시 사용했던 전투기, 탱크들이 있었으며, 미군이 베트남 포로들을 가두었던 감옥도 재현되어 있었다. 전쟁박물관을 둘러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밥도 안 먹고 관광하러 돌아다니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블로그들에 맛집을 검색하면 이리저리 많이 나오지만 찾아보기 귀찮아 그냥 벤탄 마켓 근처에 있는 체인점 같아 보이는 쌀국수 집으로 들어갔다. 역시 베트남에서의 첫 끼니는 쌀국수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화로 2000원도 안 하는 가격도 매우 끌렸다.


뭔가 대표 메뉴인듯한 쌀국수 세트를 시키니 음료수와 쌀국수, 그리고 넣어먹을 숙주와 고수가 나왔다. 음료수는 이상한 쥬스 같은 것을 주었으나 입맛에 맞지 않아 콜라를 따로 시켰다. 쌀국수는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만큼 음식만큼은 제대로 배웠다고 해야할까? 별로 재료가 많이 들어간 것 같지 않았지만 진한 육수가 일품이었다. 실컷 배불리 먹고 지불한 가격은 세트와 음료수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3000원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길을 지나가다 들른 쌀국수 집이 이정도라니! 베트남에서 실컷 먹부림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해주는 쌀국수였다.


쌀국수로 배를 채운 후, 호치민의 상설 시장인 벤탐 마켓으로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경을 하는 것은 좋으나 물건을 사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관광객드링 많이 방문하는 만큼 베트남 상인들이 가격을 10배 이상 뻥튀기 해서 부르며, 흥정해서 깎는다고 하더라도 정가로 파는 기념품점과 비교하여 2~3배의 가격에 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트남 돈의 단위가 크다 보니 돈을 얼마나 쓰는지 잘 계산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물가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여행 첫 날에는 구경만 하고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흥정을 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한 번쯤 사 볼만 하다.


기념품을 살 생각이라면 벤탐 시장에서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인 데탐 거리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MINH ANH 이라는 가게에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자세한 위치가 기억나진 않지만 Phan Ngu Lao 길을 따라 데탐 거리 쪽으로 가는 큰길 쪽에서 찾을 수 있다. 벤탄 마켓에서 기념품을 비싸게 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바로 이 가게였다. 가게에 있는 제품들은 모두 정가제인데, 벤탐 마켓에 있는 것과 같은 제품들을 흥정하지 않고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가게 내부를 보면 벤탐 마켓에서 팔던 제품들과 거의 동일한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깔끔하고 기만이 없을 뿐 아니라 주인 내외도 친절해서 기쁜 마음으로 기념품 쇼핑을 할 수 있었다.

이 날의 투어는 기념품 쇼핑 이후 데탐 거리에 있는 Sinh Cafe에서 메콩강 투어를 신청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투어를 마무리 하고 싱가포르와 한국에서는 비싸서 못 먹었던 소고기를 먹으러 오늘의 종착지인 고기 맛집, Luong Son Quan, Bo Tung Xeo로 향했다. 나는 어쩌다보니 걸어갔지만, 웬만하면 그냥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데탐 거리에서 거리가 상당히 멀다. 택시비도 어차피 별로 안 나오기 때문에 괜히 땀내는 것 보다 얌전히 택시를 타는 것이 낫다.


식당은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걸어가다 보면 중간에 아, 여기로 가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가야하는데 포기하지 말고 그냥 쭉 가면 된다.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고기 매니아인 관계로 부끄러움은 고기를 위해 잠시 접어두었다.


좌측은 음료수 메뉴, 우측은 소고기 메뉴인데 뒤를 보면 돼지고기, 양고기, 개구리 뒷다리 고기까지 다양한 고기들이 있다. 무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고기를 추천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글씨로 써 있는 Bo Tung Xeo를 추천한다. 1인분의 가격은 한화 기준 8750원 가량으로 베트남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한국이랑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맛 볼 수 있다. 필자는 베트남의 333 맥주와 Bo Tung Xeo 1인분, 그리고 마늘 볶음밥을 시켰다. 혼자서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기는 하였지만 첫날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통크게 시켰다.


▲ 베트남의 333 맥주

화로에서 굽고 있는 소고기 요리 Bo Tung Xeo

▲ 야들야들하게 구워진 Bo Tung Xeo

▲ 고기만큼 맛있었던 마늘 볶음밥


고기를 주문하니 직원이 화로를 들고 와서 테이블 옆에 서서 구워주었다. 덕분에 편하게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333 맥주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맛이 나쁘지 않았다. 베트남에 온 기념으로 한 번쯤 먹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Bo Tung Xeo는 한국의 양념 소갈비와 비슷한 맛이었다. 양념 소갈비를 1인분에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먹다니 참 감동적이었다. 심지어 직원이 딱 좋은 정도로 구워서 그릇에 담아줘서 가장 부드러운 상태의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마늘 볶음밥은 그냥 밥이랑 같이 먹으려고 별 생각 없이 시킨 음식이었는데, 겉이 누룽지처럼 바삭한 것이 예술이었다. 호치민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이 식당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소고기와 함께 베트남 호치민에서의 첫 날을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